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제 후배 이야기입니다.
키도 크고, 시원하게 생기고, 성격도 괜찮고, 유머감각있고, 운동도 잘 하는 녀석이었어요.
녀석이 입대를 연기하고, 23살때였나? 갑자기 한동안 잠적을 하더군요. 후배들 분위기가 뭔가 심상치 않았죠. 그리고 동방에 왔습니다. 그리고 저에게 할 말이 있다고 하더군요. 당시 제가 고민을 상담하려는 것이었겠죠.
여자친구가 임신을 했다고 하더군요. 여자친구와 얘기했는데, 아기를 낳고싶어한다고. 아직 부모님은 모르신다고.
전 중절을 권유했습니다.
그리고 그 녀석은 결혼했습니다.
당연히 학교를 그만두고, 병역특례업체에 고졸로 취업해서(그것도 빽으로 들어갔습니다.) 일 하다가, 회사가 망해서 당장 마눌과 딸 입에 쌀을 넣을 수가 없자 동네 수퍼에서 배달맨으로 일했습니다. 그러면서도 스스로 수퍼맨이라고 부르는 놈이었지요.
그 녀석의 아이는 둘이 되고, 셋이 되었습니다.
녀석은 계속 일을 하면서 야간으로 대학을 졸업하고, 몇 년 전에 꽤 큰 기업에 공채로 들어갔습니다.
얼마전인가요...
중국에서 일하다 들어온 후배녀석과 둘이 만나서 술을 마시면서, 다른 후배들 몇 명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.
그 녀석만 달려왔습니다. 회사 회식중이었는데, 1차만 하고 빠져나왔다고 하더군요.
술이 떡이 돼서는, 난 아직도 형 얘기만 들으면 형이 그 때 동방 일기장에 쓴 글이 생각나요. 결혼식장에 갔는데, 신부 얼굴은 보이지도 않고, 신랑 얼굴만 보이면서, 저 이쁜 놈이 훨씬 더 축복 받으면서 이쁘게 결혼할 수 있는데, 이렇게 결혼하는걸 보니 억울해서 눈물이 난다고 썼던 형 글이... 하면서 히죽히죽 웃더군요.
우리 엄마도 천국에서 그런 생각 했을거에요. 그쵸? 형, 그래도 그 때 형이 떼라고 했던 우리 첫째가 얼마나 이쁜지 알아요?
인생을 좀 돌아서, 남들과는 다른 길을 거쳐서, 녀석은 평범한 가장이 되어있었습니다.
나이 어린 동기들과 룸빵 가서는 난 애가 셋이니까 회비를 깎아달라고 통사정을 한다는 얘기를 듣고, 이 놈아... 애가 셋이나 있는 놈이 룸을 가냐... 그 돈을 애 책을 사줘라. 하고 잔소리를 하는 저에게 히죽히죽 웃으며,
난 형에게 정말 많이 고마워요.
라고 말하는 녀석을 안아줄 수 밖에 없었습니다.
전 아무것도 해준게 없는걸요. 그냥 그 녀석을 아꼈을 뿐이죠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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